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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축복
 김경태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포항공대의 학생들은 대개가 올빼미 체질을 가지고 있다. 밤 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새벽에 기숙사에 들어가 잠을 자는 까닭에 아침에는 느지막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9시 30분에 시작하는 강의에 지각하는 학생들이 많고, 일부 학생들은 알람 시계 소리 때문에 힘들게 일어나긴 하지만 세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헐레벌떡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강의 시간 내내 피곤해 하며 조는 모습을 자주 본다. 내 연구실에 있는 대학원생들도 이와 비슷한 생활 패턴을 보인다. 새벽 1-2시까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거나 관련 논문을 읽다가 자러 가기 때문에 아침에는 10시쯤 되어야 연구실로 나온다. 그러니 대부분 아침 식사를 거르고 우유나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오전에는 신체적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깨어 나지 못해 공부와 연구의 능률이 오르지 않아서 본격적인 실험을 하지 못하다가,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면 정신이 또렷해져 실험을 수행하는 것을 본다. 그래서 늘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연구실로 나오는 학생에게 “우리 내기를 하자. 네가 나보다 내일 아침에 일찍 연구실로 오면 아이스 크림을 사 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내가 그 다음 날 아침 9시쯤에 출근을 하니 그 학생은 8시 50분경에 미리 실험실에 나와 출근하는 나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동안 늦게 일어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는 학생이 하루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큰 결심을 하고 일찍 나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출근을 했었다. 그리고 은근히 그 학생이 나와의 내기에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일부러 일찍 나오려고 애를 쓰지 않았다. 일찍 나온 학생을 본 나는 기특해서 약속한 아이스크림을 사 주면서 격려를 했는데, 이 후로 그 학생은 계속해서 일찍 나오고 있다. 그래서 “네가 얼마 동안이나 나보다 일찍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하니까 “정 힘들면 그 전 날 아예 잠을 안자고 교수님이 나오실 때까지 연구실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라고 응수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열심히 일을 하고 밤에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잠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행동이다. 우리가 깨어 활동하는 동안 에너지 소비가 많은데, 잠을 통해 신체 활동을 줄여 에너지 소비를 적게 함으로 이를 보존한다. 그리고 깨어 있는 동안 긴장되었던 근육을 이완시키고, 심장이나 위장 등의 내부 장기들도 잠자는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잠은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도 쉬게 한다. 잠자는 동안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기억들은 잠시 중단되고, 꿈을 통해 발산하기도 한다. 그리고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성장호르몬도 잠자는 시간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우리 몸에서 뇌는 생명유지를 위한 모든 생물학적 기능을 총괄하는 곳으로서 뇌가 적절한 활동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휴식은 대부분 수면 시간에 이루어진다. 수면에는 두 가지 상태가 있다. 급속한 안구운동이 일어나는 수면을 REM(Rapid Eye Movement) 수면이라 하고, 그렇지 않은 수면을 비REM수면이라고 한다. 자리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하면 비REM수면 상태가 먼저 나타난다. 비REM수면은 뇌파의 종류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되는데, 1단계에서 4단계로 진행될수록 점차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잠을 청하게 될 때 뇌파는 알파(alpha) 파가 나타나다가 잠이 들기 시작하는 1단계에 이르면 뇌파가 점차 느려져 쎄타(theta) 파가 나오게 된다. 그러다가 수면의 3-4단계에 이르면 뇌파가 더욱 느려지고 폭이 큰 델타(delta) 파가 나오게 된다. 그리고 잠들고 나서 한 시간 반 정도 지나 뇌파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는 1단계의 수면 파와 비슷한데, 톱니모양의 파가 덧붙여 나타난다. 분명히 잠들었는데도 뇌파의 모양은 깨어있을 때와 유사하고, 이때 신속한 안구운동이 관찰되므로 REM수면이라고 한다. 또한 비REM수면에 비해 REM수면에서 꿈을 잘 기억하기 때문에, REM수면을 꿈 수면이라고도 부른다. 이 시기 동안은 심장도 빨라지고, 숨도 가쁘게 쉬고, 혈압도 오른다. REM수면은 5-30분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델타파 수면으로 이어진다. 하루 밤 잠을 자는 동안 델타파 수면과 REM수면이 교대로 나타나는데 5~7번 정도 REM수면을 경험하게 된다. 어린이의 경우는 REM수면이 전체 수면의 약 50%를 차지 하지만 어른의 경우는 약 20%가 된다. REM수면은 우리가 깨어 있을 때 경험한 것 가운데 자전거를 타는 일이나 타이핑과 같은 반복적인 기술을 배웠을 때 이것이 기억으로 전환되는 것을 강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비REM수면은 우리가 깨어 활동할 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일들을 빠르게 다시 반복하면서 뇌로 하여금 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이 낮에 깨고 밤에 자는 것은 낮과 밤이라는 자연의 주기와 리듬에 우리 몸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인데, 이 리듬이 깨질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불면증이다. 불면증은 육체적 고통이 있을 경우뿐만 아니라 심리적, 환경적 문제로 인해서도 경험하게 된다. 불면증으로 잠이 부족하게 되면 우리의 뇌는 생화학적, 전기적 균형을 잃고 다음날 생활에서 부딪치는 여러 가지 자극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잠을 못 자게 하면 사람은 미칠 지경으로까지 되며 환각, 망상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잠을 못 자게 하는 수면박탈이 모진 고문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동물 실험에서도 수면을 박탈 시키면 음식섭취는 증가하지만 체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체온이 떨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죽음까지도 유발할 수 있음이 관찰되었다.

이렇듯 잠은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휴식의 시간을 제공하며 체력을 축적하는 기간이기도 하며 정신적으로도 회복하게 하는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시편 127장 2절에 보면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 도다” 우리가 아무리 일찍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땀을 흘릴지라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나의 힘으로만 인생을 살려고 하는 것만큼이나 괴로운 일은 없을 것이며 이런 삶은 우리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단하게 하고 편안한 잠을 앗아가 버릴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공급 하시며, 우리가 걱정하는 모든 일들을 해결해 주시는 분임을 믿기 원하신다. 이런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주님을 의뢰하게 되고 마음의 평강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마음의 평강을 가지게 될 때 불면의 고통은 우리를 찾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자에게 불안 대신에 편안한 잠을 주신다고 말씀하셨다. 매일의 삶 속에 주님을 온전히 의뢰함으로 편안한 잠의 축복을 누리며 밝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해 보기를 원한다.

출처 : '과학으로 하나님을 만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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